形 그리고 다른 形

이번 전시는 '작품들을 늘어놓고 보여준다'는 보통의 의미로서의 展示행위에서 많이 빗겨나 있는 듯 하다. 물론 그것이 작가의 의도이긴 하나, 어떠한 의미에서 관객들은 작가의 실험적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다시 어떠한 의미에서는 '작품의 전시장'이 아닌 '우리들의 통념과 그 틀 밖에서의 작가의 提案적 개념들'의 전시장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전시란 결국 작품이라는 물성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과의 관계성에 그 바탕을 둔다는 것' 에는 합의하는 듯 하나, 작품 즉 물성과 그 물성을 포함한 함의의 예술행위보다는 관객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행위에 더 집중하고 있다.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물음. 그동안 작가 개인의 自問적 성격으로 머물러 있던 그 물음은 이번 저시기회를 통해 자문의 범위를 뛰어넘어 관객들 모두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 질문을 위해 기존의 形이 아닌 形을 준비했으며, 그 새로움을 통해서 '본다'라는 것의 지각행위와 작품사이에 존재할 함수관계에 사뭇 의미 있는 질문들을 우리들 마음속으로 조용히 띄우고 있다. 관객들 눈에 맨 처음 들어올 작품 - cube 시리즈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 - 예를 들어 작가는 유명 자동차들을 오브제로 선택한다-의 사진들과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는, 그러나 mixer로 갈아 만든 일종의 remake된 cube사이에서 작가는 두 형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cube의 제목만을 인지한 채 동시에 cube를 보면서 우리들 머리 속에 떠올릴 자동차의 이미지 -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라는 물성이 가지는 미적 가치는 작품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머리 속에 상당부분 기호로 답하고 있으며 작품 감상에조차 깊이 간섭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작품에 대한 가치판단이 물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선이해(preunderstanding)쪽에 더 무개중심을 두고 있다는 작가의 주장이다. cube 시리즈 외에도 통념적인 사진적 재현 방식의 틀을 깨는 몇가지 시도를 주목해본다. 일상적 체험으로서의 소재들의 낯설게 하기 - 물리적 크기의 확대는 일종의 소격효과를 가져온다 -, 이미지들의 액자를 벗어난 '공간적 구성'으로 인한 시각행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 서두에 말한 바 작가의 제안적 개념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홍승현(자유기고가)-